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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여행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 한주훈 요가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수련을 지도해 주신 한주훈 선생님과 함께 제주시에 있는 '아살람 레스토랑'으로 저녁식사를 위해 발걸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터키 음식' 괜찮냐고 하셨던 것 같은데 먹고 나서 정보를 찾아보니 주인장 피셜 '아랍 레스토랑이'이라고 하네요. (터키가 이슬람이니 요리나 방식이 겹쳐 그렇게 말씀하신 듯합니다.)
예멘 출신의 셰프님이 한국인 여성과 결혼 후 한국 최초로 제주에 오픈 한 아랍식 레스토랑이며, 모든 고기는 할랄제품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할랄푸드는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한 식품이라는 뜻으로 이슬람식 도축법인 '다비하(Dhabihah)식'으로 도축한 짐승의 고기 혹은 그 고기를 가지고 만든 육류만 할랄로 분류가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도축법은 현대적 도살법이 등장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더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하며 (희생될 동물의 눈을 가려 자기가 죽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는 등) 또한 '피'를 불결한 것으로 생각하는 옛 종교적인 관습이라고 합니다.
*아살람은 우리말로 '평화'라고 합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아살람은 무슬림뿐 아니라 유럽 등 서구 관광객과 내국인들에게도 맛집으로 소문 나 있고. 경력 15년 차 베테랑 세프 '아민'(남편)의 솜씨는 서울 이태원의 다른 무슬림 레스토랑에서도 탐낸다고 하네요.
제주 아살람 외부
본론으로 돌아와서 요가를 티칭 해주셨던 한주훈 선생님과 함께하는 식사도 특별한 시간인데 메뉴까지 평소에 잘 접하지 않는 것이라 기대가 됩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이었는데 바깥에서 보는 제주 아살람의 모습이 운치 있습니다.
제주 아살람 내부
테이블엔 좌석마다 미리 개인의 식기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한국인 여성 대표님이 홀을 진두지휘 하시지만 다른 일하시는 분은 중동인으로 보이는 분도 계셨는데 실제로 천주교 제주교구 소속 '나오미센터'라는 난민 기구와 함께 살 곳을 잃은 세계이웃인 난민들을 색안경을 끼고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돕는 일을 하고 계시고. 그 결과로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주 아살람 메뉴사진
전식 렌틸콩스프
어떤 메뉴를 시키던 전식으로 렌틸콩 스프가 나옵니다. 건강한 맛인데 상상했던 맛입니다. 심심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의 간이 되어있어 먹기 편하고 속을 덥혀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훌륭한 애피타이저네요.
험머스(후무스)
저희 부부는 첫 번째로 험머스(후무스)를 시켜 나누어먹었는데 후무스는 병아리콩과 고소한 깨를 으깨 퓨레 형태로 만든다고 합니다. 가운데 느타리로 보이는 버섯과 파슬리가 뿌려져 있고 곁들임 빵으로 쿠브즈라고 불리는 플랫브레드가 곁들임 빵으로 나오는데 후무스, 버섯과 함께 먹으니 조화가 좋았습니다.
작은 포션인 것 같지만 빵이 있어 이것 하나로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듯합니다. 호불은 없을 듯 하지만 건강한 맛에 가까워 간이 조금 센 분들한테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시그니처인 것 같으니 곁들임으로 주문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양고기 케밥 랩
양고기 케밥랩은 이름처럼 양고기케밥을 다양한 채소와 곁들여 샌드위치형태로 제공하는데 양이 적어 보여도 다 먹고 나면 굉장한 포만감이 듭니다. 소개를 보니 아랍 향신료에 숙성시킨 다진 양고기를 숯불에 구워 나온다고 하는데 이 메뉴도 특별히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나누어먹기 편하게 반이 잘라서 나오는데 먹기 불편하지 않아서 좋았네요.
타볼라 샐러드
한주훈 선생님과 현 수석 수련자? 분께서 시키셨던 메뉴. 남의 음식이라 사진을 찍기가 좀 그랬는데 셰어 해주셔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생파슬리와 레몬, 토마토를 베이스로 약간의 야채들을 레몬즙을 첨가해 만드는 아랍의 대표적인 샐러드라고 합니다. 상상이 되는 맛일 것 같죠? 완전히 건강한 맛으로 평소 야채를 안 먹는 분들에겐 벌 받는 느낌일 듯합니다.
양고기 깔라야
이것도 한주훈 선생님께서 시키신 메뉴인데 먹으라고 쉐어해 주셔서 맛볼 수 있었다. 깔라야는 양고기(혹은 소고기, 닭고기, 해물 등)을 각종 야채와 토마토소스와 함께 요리한 아랍식 스튜라고 하며 이것도 플랫브레드인 쿠브즈나 밥을 곁들일 수 있습니다. 토마토스튜 같은 느낌으로 역시 호불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캅사라이스
요것도 선생께서 시키셨던 메뉴인데 역시 쉐어를 해주셔서 조금 맛볼 수 있었습니다. 신들의 곡식이라 불리는 바스마티쌀(현미쌀보다 섬유질이 풍부하여 변비예방과 혈당조절에 좋고, 소화와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에 주방장의 특별 레시피로 만든 토마토소스를 넣어 조리하여 다채로운 향과 식감을 음미할 수 있는 밥이라 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한 숟갈만 먹어서..?)
특이하게도 일본으로 수출되는 막걸리를 가지고 계셨는데 요가 수련자 중 한 분이 만들어서 수출하시는 것으로 한주훈 선생께서 좋아하셔서 가져다 놓으신다고 합니다. 일본어로 쓰여있으니 뭔가 일본술 같기도 한데 보이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맛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 게 참 신기합니다.
한주훈 선생님과 식사후기
식사를 사 주시는 것도 신기했지만 몇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이슬람식 요리라니 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대화를 좋아하시는데 수련자들이 뭘 하고 어떻게 사는지 제자들의 근황이라던지 생각보다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바르고 진지한 모습이 대부분이시지만 유머와 즐거움을 가지고 사시는 분 같아서 좋았습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건 식사를 남기지 않으시는 점인데 최대한 남기지 않고 다 드시려고 하되 빵 같은 남은 것은 모두 싸 가셔서 집에서 간식으로 소진하신다고 하네요. 작지만 바른생활을 하시며 아직도 본인을 정진하고 아들 딸 뻘이지만 타인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시는 점이 전설적인 요가 수련자임을 떠나서 참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선생께서 요가를 왜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여쭤보았는데. 제주에서 나고 자라며 8살 때부터 자연히 홀로 수련을 했는데 자신도 이유를 모르다가 후에 알게 된 것이 전생에서 내가 하던 것을 따라가려는 습성이 있다고 하시며 그것을 '습기'라고 말씀하십니다.
선생의 어느 나이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요가를 수련하던 중에 전생을 보는 경험을 하셨다고 하는데 지금이 3번째인가 4번째 생이라고 하시네요. 본 것을 그대로 말한다는 덤덤하고 진지한 느낌이어서 오히려 당황스러웠지만 제 표정이 물음표와 같았는지 웃어넘기셨습니다.
그의 선한 눈과 타인과 지신에게 진지한 삶의 태도를 짧은 만남이었지만 인상 깊게 오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후일에 가능하다면 선생님과 함께 술잔을 기울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